“너였구나, 젓가락이었구나”...부암동 젓가락 갤러리 ‘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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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문회사무국 댓글 0건 조회 746회 작성일 24-01-26 11:23본문
“너였구나, 젓가락이었구나”...부암동 젓가락 갤러리 ‘저 집’
- 저집(주) 대표이사 : 박연옥(국통/04) -

푸대접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아니면 극도로 야윈 이에게 폄하성 속어로 쓰였던 ‘젓가락’. 그 젓가락이 저 집에서 망각했던 생명력을 복원했다. ‘젓가락 갤러리’,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의 사소한 일상의 것이 예술이 될 수 있음에 놀랐다. 모두가 하나같이.
젓가락은 한국의 식문화의 근원이다
습관의 무수한 반복이자 집중력의 표식이다. 젓가락으로 콩 집기 대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그 젓가락이 문화로 예술로 상품으로 우리에게 왔다. 그래서 부암동의 ‘저 집’ 이 참으로 귀하게 다가온다. 하얀 박공지붕이 북한산의 기운을 등에 업고 가만히 모습을 드러낸 이 공간에 우리의 젓가락이 왕의 용포에 수놓은 문양보다 더 섬세하고 우아한 자태로 숨쉬고 있다.
‘저 집’의 박연옥 대표는 어느 날 지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상을 차리던 순간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국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그녀는 사물의 특성을 공간에 잘 녹여내기로 유명한 인테리어회사 스튜디오 베이스와 머리를 맞댔다.
‘저 집’의 ‘저’는 지시어로, ‘나’를 낮추는 말로, 젓가락 ‘저 著’로 읽힌다. ‘저 집’은 소소하지만 젓가락으로 인해 우리 삶이 아름답게 고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집이다. 젓가락 문화는 동아시아를 모태로 하지만 오늘날 세계의 문화인들이 향유하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박대표는 한국 식문화의 근원인 젓가락을 ‘저 집’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알고 봐야 더욱 의미가 있는 ‘저 집’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 좁은 골목길, 닦이지 않은 돌담길, 그 사이에 언뜻 언뜻 보이는 빛바랜 지붕들. 나지막한 집들이 늘어서 있고, 집들의 대문은 삐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낡아있지만 그 모습이 촌스럽지 않다. 예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부암동에 젓가락 갤러리, ‘저 집’이 있다.
설계는 시작점과 끝점이 하나의 선처럼 연결되어있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자한 ‘저 집’은 순백의 미를 떠오르게 한다. 젓가락 갤러리가 세워진 지반은 건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2m가량 내려앉은 지대를 보완하고자 깊은 공간을 생성하여 도로변의 눈높이에 맞췄다. 도로와 비슷한 위치에 연결된 작은 옥상과 갤러리 본관 두 공간은 수직과 수평으로 나누어 갤러리의 다양한 외관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스튜디오 베이스는 깊이를 지니는 공간, 울림을 담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또한 그들은 오래된 전통 소재인 젓가락을 해치지 않고 한국적인 미를 감미해 감성적인 공간을 선보이고자했다. ‘처음이지만 오래된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정갈한 한국의 밥상처럼 한국인 고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나는 젓가락 갤러리입니다
간판에는 젓가락이 나열되어있다. 그리고 유키쿠라모토 피아노소리가 흐른다. 20평 남짓한 공간 안에 넓게 퍼져 있는 소반은 작가 한송준 씨와 협력한 작품이다. 소반은 물 위에 떠 있는 연잎을 연상해 디자인 했다. 장구애비가 연잎 위를 뛰어다닐 때 만들어지는 작은 진동처럼, 가느다란 다리에 몸을 지탱하고 있는 소반은 약한 외부자극에도 몸을 떤다.
소반의 배경이 되고 있는 벽면은 먹물로 염색한 한지를 발랐다. 새벽녘 물안개가 번지듯 감성을 두드리는 벽면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빛이 주는 그림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청아한 물빛, 대나무 끝순으로 만든 천 위에 떠있는 나무 구름, 이곳의 모든 것들은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한 스튜디오 베이스. 그들이 설계한 젓가락 갤러리는 넓은 창에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과 같았다.
문화로, 정신으로, 콘텐츠로, 상품으로 내외면을 확대할 ‘저 집’의 젓가락. 그것의 다양한 디자인을 위해 세계의 모든 나무가 우리 땅을 찾아들면 좋겠다. 우리문화의 틀에서 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나무를 보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그래서 ‘저 집’이 중요하다.
출처 : 우드플래닛(https://woodplanet.co.kr/news/view/106559894496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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